일단,
1. 12시 까지 진달래 대피소 통과
(1분만 지나도 안된다고 하심)
2. 1시 30분 이후 한라산 백록담 통제
(1시 30이 지나면 하산하라고 방송나옴)
-
산을 자주 올랐었던지라 자만 했어요.
영실-어리목 코스는 혼자 한 번 다녀왔었습니다.
한 겨울에 준비 안한 등산이었던 지라.
(설산, 청바지, 운동화, 500ml 생수 1개)
이번엔 텀블러에, 처음 신는 등산화에,
이거저거 간식거리에.
너무 많은 준비가 오히려 독이 됐어요.
-
가방은 무겁고,
신지 않던 신발은 작아서 내려올 땐 정말
발톱이 으스러지는 고통이었습니다.
한라산
시내 버스가 잘 돼있습니다.
하루 종일 등산할테니 렌터카는 스킵하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했습니다.
8시 30분 등산을 시작했어요.
이틀전에 큰 눈이 내렸던지라
아이젠은 물론 옷을 몇개를 챙겨갔는데,
더웠습니다. 무지. 반팔차림 봤어요.
눈은 없었지만 덕분에 눈이 녹은자리에
살얼음이 남아, 미끄러웠어요.
짐을 좀 덜겸 챙겨온 간식을 먹으려
진달래대피소에서 쉬었다 갔습니다.
뜨거운 물 말고, 찬물이 더 절실합니다.
라면 생각따위. 나지 않아요.
네. 여기를 12시부터 통제합니다.
정상까지 1시간 30분이 걸리니,
평소 체력이 안되는 분들은 등산을 자제하라는
방송이 나옵니다. 왜그런지 알겠어요.
여기서부터 경사가 좀 심합니다.
그나마 구름 낀 날씨가 도움이 됐습니다.
가뜩이나 땀을 흘렸는데 강한 자외선이 없어
오를만 했어요. 진달래대피소를 지나면
조금씩 볼거리가 생깁니다. 대피소 전까지는
이게 산인가 싶게, 내려다보는 전망이 나타나지를
않습니다.
-
암튼 올라갑니다.
여기까진 힘들지 않았어요.
정상에서 바라 본 구름바다.
백록담보다 오히려 이 스팟이 훨씬 장관입니다.
(너 하나면 되었다)
안녕. 백록담?
이게 다야?
이 분은 제가 본인의 인생샷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30분 정도 사진을 찍고
관음사 쪽으로 내려갑니다.
관음사 쪽은 훠얼씬
산을 타는 맛이 있었어요.
다채로운 배경과 구름이 걷히니 드러나는
파란 하늘이 장관입니다.
안녕? 길조?
미안해. 줄 간식이 없어.
죽음의 계단.
올라갈 땐 쌩쌩하던 무릎이 아픕니다.
작은 신발때문에 내려오는 내내 고통.
이 계단에서 그냥 구르고 싶었습니다.
(내려올 땐 짙은 연무가 껴있습니다.)
-
관음사 쪽으로 하산 하는 분들이 손에 꼽을 정도.
어떤 블로거분이 관음사로 내려오는 길이
무섭다 하셨는데, 충분히. 그럴만 합니다.
혼자 가는 여자분들 관음사 말고
사람 많은 성판악으로 내려가세요.
(찾아보니 이 날만 연무가 낀 건 아닌듯)
예뻤어요.
너무 예뻐서. 그냥 여기서 잠들고 싶었습니다.
"먼저가. 난 이미. 글렀어."
마음은 백미터 달리기 선순데.
현실은 아장아장 네발로 기어가는 수준.
6시 하산.
8시 30에 올라서. 6시 하산.(9시간 30분)
'한라산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난 아닌거 같애. 다신 안 와!
텅빈 주차장이 그 날의 고통을 말해줍니다.
짙은 어둠이 깔리기 전에 도착했습니다.
9시간여의 등산은
저에게 108개의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앞으로 오만과 자만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살.......후
-
다들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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